글
겟아웃오브마이페이스
글
유난히 마음이 약해지는 날이 있다. 예상치 못하게 야근을 하고, 아슬아슬하게 피부과 예약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더니, 삼십분을 넘게 기다리란다. 아는 동생은 애인과 헤어질까 고민을 하고, 또 다른 친구는 애인과 이별을 하고 소개팅을 부탁했다. 시계를 보다가 8시가 넘는 순간 일어나 나왔다. 이런날은 화를 내는 것조차 피곤하다. 다시 교보로 걸어가 책을 몇권 사고, 바뀐 날씨처럼 쌀쌀한 마음을, 말을 걸던 믿씁니까씨에게 드러냈다.
그런날.
그는 늘 불가능할 것 같은 믿음과 마음과, 사랑을 준다.
글
1.
독일 작가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는 well-done의 딱딱하고 두꺼운 고기를 씹는 것 같다. medium-rare의 씹자마자 달콤한 육즙이 나오는 현대 문학소설 사이에서, 이가 아프도록 씹어야만 단맛이 조금. 나오는.
2.
토성의 고리는 적도 둘레를 원형궤도에 따라 공전하는 얼음결정과, 짐작건대 유성체의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과거에는 토성의 달이었던 것이 행성에 너무 가까이 위치하여 그 기조력으로 파괴된 결과 남게 된 파편들인 것으로 짐작된다. [브로크하우스 백과사전]
3.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부서지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한계 거리를 잘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파괴된 결과 남게 되는 것은 파편들 뿐이다.
2.
로슈 한계: 위성이 모행성의 기조력에 부서지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한계 거리. 1850년 프랑스 천문학자 로슈(Roche)가 처음 계산했다.
글
날씨가 선선하다. 해가 지면, 십대 소녀마냥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렇게 좋은날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죄책감이 든다. 탈 때마다 새로 배우는냥 서툰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에 나온다. 밤소리가 참 좋다. 거칠지 않은 안양천의 조용한 물소리와 함께, 벌레울음소리가 정겹다. 살아본 적도 없는 시골소리가 난다. 편한 자전거길에 도달해 페달을 힘껏 밟고 발을 허공에 맡기면, 일본 영화에서나 들렸던 체인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그 소리가 너무 좋아서 자전거를 타면서 천천히 생각해보고자 했던 일들은 떠오르지 않는다.
서툰 페달질이 익숙해질 무렵에 보이는 금천구청역. 서울에 몇 안되는 조용한 전철역이다. 이런 푸른색으로 조용히 빛나는 전철역은 일본에서나 볼 수 있는 줄 알았다. 한국에선 주의력이 부족한 탓이려니.